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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LP 개론: 백신을 만드는 또다른 방법

이진석 2020. 1. 27. 22:42

1. 정의 및 개요

 

오늘 이야기할 주제인 VLP는 Virus Like Particle(바이러스 유사 입자, 바이러스 유사체)의 약자로서,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바이러스와 동일한 외형을 가지도록 만들어진 입자를 뜻합니다. 바이러스와 형태는 유사하지만, 감염을 일으키는 유전물질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즉, 이론 상으로는 VLP를 이용하여 기존 백신보다 안전하고 저렴한 백신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Virus와 그 VLP(출처: https://www.creative-biolabs.com/virus-like-particles-vlps-for-vaccine-development.html>


VLP는 바이러스 구조 단백질들의 결합을 통하여 실제 바이러스와 유사한 형태로 조립이 되지만 조립과정에서 바이러스의 유전체가 VLP 내부로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생물학적인 위해 가능성이 전혀 없는 높은 안전성을 지니게 됩니다. 위의 그림에서 VLP의 내부가 Virus의 내부와는 달리 비어 있는 것이 그것을 뜻합니다. 또한, VLP는 바이러스의 면역유도 기작과 동일하게 생체 내에서 작용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면역유도를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2. 기존 백신의 이슈 및 VLP를 이용한 백신의 상대적 강점

 

다들 아시겠지만 천연두로부터 시작된 대부분의 기존 백신은 병원체인 바이러스를 불활화하거나 약독화 시킨 것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현재에 이르러 백신은 감염성 질환을 예방하고 조절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들 백신들 중 일부는 효능이 높아 일부의 경우에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키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 확률로 부작용을 종종 동반하기도 하며(불활화가 약하면 감염되며, 불활화가 강하면 항체 생성이 저조합니다), 백신 제조 공정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높은 비용과 긴 시일이 필요합니다.  

또한 항생제 사용 억제 정책에 따라 효과적인 백신개발의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축산분야에서 2008년 Boehringer Ingelheim사의 CircoFLEX가 등장해서 국내 매출이 급증한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효과 좋은 백신이 개발된다면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수도 있습니다. 매년 문제가 되고 있는 구제역과 조류독감 등의 예에서 보듯이, 기존과는 다른 혁신적인 백신 개발 기술 또한 필요한 상황입니다. 즉, 백신 시장은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멈춰 있는 시장이 아니라 현대에도 지속적으로 새롭고 효과적인 백신 개발이 지속되고 있는 시장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VLP를 이용한 백신 또한 이론적으로는 기존의 불활화 백신 개발 방법보다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우선 기존 불활화 백신 대비, 백신으로 인한 감염의 우려가 없습니다. 기존의 백신의 경우 불활화가 약했을 경우 오히려 백신 접종으로 인하여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도 있어 적정량의 항원체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반면 VLP를 이용한 백신의 경우 사실상 병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많은 양의 항원을 가질 수 있으며, 다양한 종류의 항원을 하나의 백신에 담는 것이 가능합니다. 기존 구제역 백신의 경우 8~10ug의 항원이 하나의 백신에 들어가는데, 아직 상용화 되지 않은 VLP 백신의 경우 250ug 이상 넣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로 인하여 항체 형성의 기간 또한 기존 2~4주에서 1주 이하로 단축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기존 백신 제조 공정의 경우 혹시 모를 바이러스 유출을 방지하기 위하여 세균 차폐 시설이 필수적입니다. 이 세균 차폐 시설을 짓기 위하여 천억 대의 자본이 투여되며, 규정 상 도심과 떨어진 곳에서 건설되어야 합니다. 시설 공사와 시험 가동, 스케일업 또한 필수적이며, 이에 수년의 시간이 투여되어야 합니다. 반면 VLP 제조 공정의 경우, 가장 까다로운 불활화 공정이 없기 때문에 생산 기간과 비용이 줄어들고, 도심 건물 내 소규모로도 설치될 수 있으며, 설비 건설에도 기간이 짧게 투입될 수 있습니다. 

 

 

 

3. 주요 사례

 

실제 VLP를 이용한 백신의 일부 사례들은 이미 임상을 통과하여 시판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많지 않은 사례(20종 이하)가 임상 및 연구 진행되고 있습니다. 주요 사례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사례들은 스터디를 진행하였던 '19년 6월 기준으로 조사하였던 내용인데, 본문을 작성하며 한 번 더 조사해 본 결과 큰 가닥에서 바뀌지는 않은 듯 합니다. 

 

1) 옵티팜

 

우선 코스닥 상장사 옵티팜이 VLP 백신 기술을 보유하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동물용 PCV2(돼지써코바이러스) 백신을 이용하여 기술료 수익 기준 2017년 1억, 2018년 1.5억을 달성한 바 있습니다. 그 외 구제역, 인유두종 백신 또한 개발 중에 있습니다. 옵티팜은 VLP의 개발을 위해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알려진 배큘로바이러스 발현 시스템을 2011년부터 자체 적용하여 VLP의 발현-검정 시스템을 구축하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VLP개발 기술을 이용, 인체용 백신개발 업체인 (주)유바이오로직스와 협업을 통해 VLP기반 프리미엄백신 사업화를 추진 중에 있다고 합니다. 

<출처: 옵티팜의 IR 자료>

 

 

2) 인테라

 

액셀러레이터인 블루포인트 파트너스가 투자 후 TIPS에 추천하여 선정되었으며, VC인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의 투자를 받았다고 하는 국내 벤처기업입니다. RIPT (RNA-Interaction mediated Protein manufacturing Technology) 기술을 핵심 역량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이를 통해 VLP 항원의 고효율, 신속 생산 플랫폼 기술을 가졌다고 합니다. 기존 곤충세포나 효모, 대장균 기반 생산 기술에 대비하여 생산속도와 수율이 높은 대장균 기반 생산 기술을 가졌다고 합니다. 노로 바이러스, 수족구 바이러스, 구제역 바이러스, 고양이 칼리시 바이러스 등을 파이프라인으로 삼고 있으나, 임상 등 진행 경과는 알 수 없습니다.

<출처: 인테라 홈페이지>

 

3) 노로바이러스

 

업체명이 아니라 그 노로바이러스 맞습니다. 그리고 이 노로바이러스는 그 유명세와는 달리 아직까지 상용화된 백신이 없습니다. 현재 일부 백신이 개발되고 있으며, 현재 개발되고 있는 노로바이러스 백신은 대부분 vesicular stomatitis virus나 Newcastle disease virus (NDV) 등으로 만든 VLP에 기반하여 제작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로바이러스 항원이 매우 다양하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연령에 따른 면역반응의 차이가 있어서 충분한 기간 방어력이 지속되는 효과적인 백신의 개발에는 상당한 제약이 있는 실정입니다. 노로바이러스 VLP 백신은 일부 임상 시험 진행된 바 있으며 면역 반응 유발을 확인하였고, 특별한 부작용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상용화가 진행되지는 않았습니다.

 

 

4) 기타

 

- 자궁경부암 백신인 가다실은 인유두종바이러스의 중요한 표피단백질(capsid protein)인 L1을 합성한 VLP(virus-like particles)를 원료로 만든 백신입니다. Merck에서 효모를 이용하여 만들었으며, 임상을 통과하여 상용화된 VLP 백신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외 곤충세포 기반으로 만들어진 GSK의 Cervarix도 있습니다.

- 인플루엔자A 대상으로 허가를 받은 Inflexal, B형 간염 바이러스 대상으로 임상을 통과하여 허가를 받은 GenHevacB, Engerix-B, RecombivaxHB 등이 있었으나, 가다실과는 달리 현재 시판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상세 사유는 찾지 못했습니다.

  
- 2015년 기준, Cytos Biotech에서 VLP 기반의 B형 간염 바이러스 플랫폼이 402M$에 인수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 말라리아, 인플루엔자A 대상의 예방백신이 2013년 기준 임상 1상, 2상, 3상 진행되고 있었으나 현재 상태는 찾지 못했습니다.

- 예방 백신 이외 알러지 비염, 알츠하이머, 유방암, 당뇨병, 고혈압, 니코틴 중독 등의 치료 목적 백신이 개발되고 있었으며 현재 상태는 찾지 못하였습니다.

 

 

 

4. 전망

 

국내에서 VLP 백신이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분야는 구제역입니다. 구제역 백신은 관에서 수급하고 있는 백신이며, 유통기한의 문제로 1,000억원 규모의 매입이 매년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3 종류의 백신이 매입되고 있으나 모두 해외 제품이며 국내 제품은 없어 국산화의 필요성이 큰 분야입니다. 또한 각 구제역 백신들이 소량의 부작용을 가지고 있어 농장측에서 불만이 다수 있다고 합니다. 상기에서 언급한 일부 사례를 포함한 국내 2~3 업체가 VLP 기반 구제역 백신을 개발 중에 있다고 하나, 아직까지 검역본부에 동물 임상을 요청한 사례는 없다고 합니다. 


구제역 이외 노로바이러스나 수족구가 많이 연구되고 있는데, 이는 구제역 바이러스, 노로바이러스, 수족구 바이러스가 모두 구조가 간편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론됩니다. VLP 재조합을 위해서는 지나치게 복잡한 바이러스 구조를 가져서는 안 되기 때문일 겁니다. 그 외 생산에 따른 비용과 수율 이슈가 VLP 백신의 상용화에 있어 주요 허들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즉, 모든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VLP 백신을 만들지는 못할 것으로 추측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