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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로봇의 개요와 로봇용 감속기

이진석 2019. 12. 26. 14:21

1. 기본 특성

 

로봇은 ‘사전에 정해진 규칙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여 행동하는 기계’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보통 인간이 직접 계산하거나, 동력을 제어하거나, 반복하기 힘든 작업을 수행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 로봇의 특징이자 목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중에서도 산업용 로봇은 각 산업 제조현장에서 제품 생산에서 출하까지 공정 내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로봇으로, 자동제어되고, 재프로그램이 가능하고 다목적인 3축 이상의 축을 가진 자동조정장치로 정의됩니다. 

 

이때 산업용 로봇의 특징 세 가지를 꼽자면, 반복성(Repeatability), 정밀성(Accuracy), 자유도(Degrees of Freedom)를 들 수 있습니다. 특히 대표적인 산업용 로봇인 다관절 로봇의 경우 작업 가능한 범위 내에서 높은 자유도와 정밀성, 반복성 3가지를 동시에 만족하며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이 특성 3가지는 뒤에서 다시 한 번 언급하겠습니다. 특히 자유도는 보통 D.O.F(Degree of freedom)으로 정의하는데, 일반적인 3차원 내에서의 운동을 가리키는 6 DOF를 만족하면서, 정밀한 반복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다관절 로봇은 최소 6축(=관절)을 가져야 합니다.

<6 DOF>

 

 

2. 산업용 로봇의 분류

 

산업용 로봇은 각 기관마다 다양한 방법의 분류 체계를 가지고 있는데, 국내 로봇산업 특수분류에 따르면 하기와 같이 구분합니다. 다만 하기 구분 방법은 적용사례를 기반으로 되어 있어, 로봇보다는 설비에 가깝다는 평이 있습니다. 또한 하기 분류 방법 중 용접 및 표면처리용 로봇 2개를 제외한 나머지 분류는 물리적으로는 같은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산업용 로봇 분류>

 

산업용 로봇이 적용되는 분야를 살펴보자면, 세계적으로 자동차 및 전기전자 분야가 70%~9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공장의 경우, 완전히 자동화된 생산 라인 위에서 차량이 용접용 로봇, 도장용 로봇, 탈착용 로봇 등을 통과하며 최종 조립되게 됩니다. 자동차 공장 이외에 전기전자 분야의 공장에서도 각 부품들의 로딩/언로딩, 각 제품들의 조립 이후 팔레타이징 로봇 등 다양한 로봇들이 광범위하게 이용됩니다. 

 

산업용 로봇은 작동 방식, 즉 회전운동을 하는 관절과 직선운동을 하는 관절의 수에 따라 관절형, 직교좌표형, 원통형, 극형, SCARA 등으로 구분 지을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역시 관절형 로봇으로, 산업용 로봇의 약 60%가 이러한 형태를 갖고 있습니다. 관절형 로봇의 뒤를 이어서는 직교좌표형 로봇, SCARA 로봇 등의 수요가 높으며, 작동 방식에 따른 각 로봇들의 특징을 그림들과 함께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겠습니다.

 

① 관절형(Articulated): 관절형 또는 수직다관절 로봇이라고 불리며, 팔의 각 링크(뒤에서 다시 설명하겠습니다)를 연결하는 회전식 조인트(관절)를 특징으로 로봇 암(arm)이 마치 인간의 팔과 같은 형태를 갖고 있는 로봇을 일컫습니다. 보통 원형의 작업 범위를 지니지만, 동작 반경 내 작업 자유도가 높아 다양한 쓰임새를 갖고 있습니다. 용접과 도장 등의 작업에 가장 많이 쓰이고 있으며, 어떠한 위치 또는 방향으로의 자세를 만들 수 있습니다. 회전축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특징 때문에 제어에 어려움이 있으나, 설치면적과 몸체의 부피가 작고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 때문에 수요가 꾸준히 많은 편입니다.

<관절형 로봇의 동작 방식과 동작 반경>

 

② 직교좌표형(Cartesian): 직교 좌표계를 기반으로 X(오른쪽 및 왼쪽), Y(정방향 및 역방향), Z(위아래)의 세 축에서 직선 이동하는 로봇입니다. 갠트리, xyz 또는 직선 로봇이라고도 불리며, 작업 범위가 직사각형의 형태를 가지게 됩니다. 높은 강성 구조와 균일한 제어 특성을 가지기에 제어가 간단하고, 위치에 따른 반복정밀도가 우수한 편이라고 합니다. 비교적 큰 작업 영역을 가지는 작업에도 적합하며, 천장의 공간을 최대로 활용한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주로 공장의 물류 반송, 기계 내부의 이동 작업, 전자제품의 조립, 용접, 납땜 작업 등에 이용됩니다. 앞서 말했듯이 관절형 로봇 다음으로 많은 로봇입니다.

 

③ SCARA(Selectively Compliant Arm for Robotic Assembly): 수평 다관절로도 불리며, 두 개 이상의 평행한 회전 조인트와 하나의 선형 조인트로 구성되어 원통 형태의 작업 범위를 지닌 로봇입니다. 1, 2축이 중력의 방향으로 평행하고 3축이 Z방향으로만 움직이므로, 따라서 두 회전축에 직각인 XY 평면에서의 운동은 매우 빠르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직교좌표형 로봇보다는 평면에서의 운동이 더 빠르므로 싸이클링 타임이 짧아 더 높은 생산성을 가지는 편이라고 합니다. 또한 기반 중량을 크게 가져갈 수 있어 상대적으로 무거운 물건의 반송도 가능하기에 공정간 부품 이동 등에 많이 활용됩니다.

 

④ 원통형(Cylindrical): 수직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2개의 선형 조인트와 수평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회전 조인트로 구성된 로봇입니다. 보통 원통 형태의 범위에서 작업을 진행합니다.

 

⑤ 극형(Polar): 구형(Spherical)이라고도 불리는 이 형태의 로봇은 두 개의 회전식 조인트, 하나의 선형 조인트의 조합으로 이뤄지며, 원형의 작업 범위를 지니고 있습니다.

 

⑥ 병렬형(Parallel): 델타 로봇이라고도 불리며, 고정된 플랫폼(로봇의 지지대)으로부터 엔드 이펙터(end-effector: 로봇의 물리적인 최종 동작이 수행되는 곳, 로봇팔로 치자면 손가락 부위)까지 복수개의 로봇 암으로 연결되어 있는 형태를 일컫습니다. 비전, 컨베이어의 통합을 통한 빠른 속도의 픽&플레이스 작업이 장점으로 포장 산업에서 활용도가 높은 편입니다.

 

⑦ 협동 로봇(Collaborative Robot): 그리고 최근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는 협동 로봇입니다. 위에서 구분했던 로봇들과는 달리 협동 로봇은 로봇의 동작 방식으로 구분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로봇의 행동반경에는 펜스를 쳐서 작업 시 사람의 출입을 방지하는데, 작업장 내 오픈된 공간 내에서 사람과 함께 상호 작용을 통해 작동하는 로봇을 협동 로봇이라고 일컫습니다. 또한 로봇 센서를 통해서 근처에 충돌 위험이 있는 인체의 접촉을 방지하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사람과 함께 상호 작용을 할 수 있으며, 충돌 방지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면 위에서 분류한 각 로봇들 또한 협동 로봇이 될 수 있습니다. 

 

3. 구성

 

앞서 다양한 형태의 산업용 로봇들을 살펴보았으며, 각 로봇들은 모두 공통된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플랫폼과 연결된 Base 부분, 실제 물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엔드 이펙터, 엔드 이펙터와 Base 사이를 연결하는 Robot Arm이 산업용 로봇의 주요 구성 부품입니다. 이 중에서 Robot Arm은 여러 개의 Link(구조물)와 Joint(관절)로 이어진 Kinematic Chain으로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로봇의 물리적 구성>

 

여기에서 링크는 단순한 구조물이기 때문에 특별한 기술적 요소가 없으며, 다관절 로봇의 모든 핵심은 Joint(관절)에 있습니다. 이 Joint는 Prismatic Joint와 Revolute Joint로 나뉘는데, 각기 직선운동과 회전운동을 담당합니다. 여기에서는 두 가지 중 비중이 더 높은 Revolute Joint를 주로 살펴 보겠습니다.

 

<관절을 구성하는 부품>

 

각 관절은 다시 1) 정밀 감속기와 2) 서보모터라는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기에 제어를 위한 S/W부품인 3) 모션 제어기라는 부품을 더하여 해당 3가지 부품을 다관절 로봇의 3대 핵심 부품이라고 일컫습니다. 이 중에서 서보모터는 모터와 구동기와 엔코더로 구성되는데, 여기에서 엔코더가 로봇의 현재 물리적 상황을 체크하는 센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상기의 분류에서 로봇의 원가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국산화가 진행되지 않은 부분은 감속기입니다. 로봇에서 사용하는 감속기는 로봇의 핵심 요소인 '반복성', '정밀성', '자유도', 네, 맨 앞에서 언급했던 3대 핵심 요소입니다. 이 감속기는 3대 핵심 요소를 얼마나 정밀하게 유지할 수 있는지를 결정할 수 있는 핵심 부품이며, 따라서 최대한 각도 오차를 줄여야 합니다. 실제 상용화된 감속기의 각도 오차는 0.05도 이하인데 어떻게 이런 오차를 만족시킬 수 있는지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이 감속기는 다관절 로봇 기준으로 로봇의 전체 원가 중 34%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실제 국내외의 주요 로봇 제조업체들 또한 외부에서 구입하여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로봇의 원가 구성표 및 주요 로봇 제조업체들의 주요 부품 조달처>

 

4. 밸류체인

 

감속기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하기에 앞서 로봇 산업의 밸류체인에 대하여 간단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로봇 제조업체에 대한 이미지가 있을 것입니다. 실제 해당 로봇 제조업체는 사실상 로봇의 주요 부품의 조립 및 로봇의 시스템을 통합하는 일을 진행하며, 이 과정에서 필요한 감속기 등의 핵심 부품은 부품 제조업체로부터 조달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로봇 제조업체의 주요 기술적 요구 사항은 시스템의 통합이기 때문에 기술적 진입 장벽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없으며,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자본력에 의하여 영위 가능한 사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계열사나 중견 기업 이상의 자본력 규모를 갖춘 업체들이 많은 편입니다. 

 

실제 로봇의 성능을 좌우할 수 있는 기술력은 부품 제조업체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이에 따라 높은 기술력이 요구됩니다. 제조 품목에 따라 차이는 존재하지만 대부분 강소기업 형태로 존재하곤 합니다. 

 

실제 최종 사용자에게 제품을 공급하는 것은 시스템 제조업체가 담당합니다. 시스템 제조는 기술적 난이도보다는 장기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양한 자동화 요구사항을 만족시킬 수 있는 기술력이 요구되며, 개인사업자부터 대기업 규모까지 다양하게 존재하는 편입니다.

<로봇 산업의 밸류체인 개요 및 각 특징>

 

5. 감속기에 관하여

 

감속기에 대해 기본적인 정의를 하자면, 감속기는 모터의 빠른 회전 속도를 늦춰 주고, 대신 회전력(힘)을 키워주는 장치입니다. 감속기는 산업용 로봇을 포함해서 모터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기계장치에서 모두 활용되는 부품입니다. 그런데 대형 중장비의 경우 정확도보다 효율이 중요하기에 높은 동력 전달 효율을 가지는 유성기어 감속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로봇의 경우 효율보다 정확도가 중요하기에 유성기어 감속기를 사용하기 힘든데, 이는 일반적인 유성기어 감속기가 톱니바퀴와 톱니바퀴의 맞물림을 통해 동작하기 때문입니다. 즉, 톱니바퀴 틈 사이의 백래시로 인해 허용되는 이상의 오차가 발생합니다. 산업용 로봇이 사용되는 분야에 따라서 허용오차가 다른 편인데, 대략 0.05도~0.5도까지의 오차가 허용되는 편이라고 합니다. 

 

이에 따라 로봇의 경우 특수하게 제작된 감속기를 사용해야 하며, 이는 로봇의 가격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산업용 로봇에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의 감속기를 사용해 왔으며, 각각 사이클로이드 드라이브와 하모닉 드라이브라고 합니다. 하기의 특성에 따라 대부분의 로봇 중 상단(팔의 구조상 손목 부분) 2~3개의 관절에서는 하모닉 감속기가 사용되고 있고, 하단부(팔의 구조상 어깨 부분)의 감속기는 대부분 사이클로이드 감속기가 사용되고 있으며, 대형 로봇의 경우 6개 관절 모두에 사이클로이드 감속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이클로이드 감속기와 하모닉 감속기의 비교>

 

사이클로이드 방식과 하모닉 방식 모두 내치와 외치가 떨어지는 순간이 없이 언제나 맞닿아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이클로이드 방식은 편심 축 구조를 가진 디스크를 기반으로, 디스크의 치형보다 롤러가 하나 더 많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롤러가 디스크를 구르는 곡선이 사이클로이드 형태라서 해당 이름으로 명명되었습니다. 하모닉 방식은 탄성체의 타원형 웨이브 제너레이터가 돌아가며 외부의 플렉스 스플라인(Flex Spline)으로 힘을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사실 이 설명만 놓고 보면 도저히 동작 방식을 이해하기 어려우실 텐데, 하기의 두 링크를 보시는 것이 그나마 이해하기 쉬우실 겁니다. 

- 사이클로이드 드라이브: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7/7b/Cycloidal_drive.gif

- 하모닉 드라이브: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2/21/HarmonicDriveAni.gif

<사이클로이드 감속기, 사이클로이드 감속기, 하모닉 감속기의 구조도>

 

이러한 로봇용 감속기는 그 특성상 무척이나 만들기가 어려운 편입니다. 사이클로이드 감속기는 외기어가 내기어와 맞물려 구름 운동을 하게 되는데, 이때 감속기가 백래시 없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외기어와 내기어 사이에 틈이 없이 완전히 밀착된 상태여야만 합니다. 하지만, 해당 상황은 이론적으로만 가능하며 실제로는 구현이 불가능합니다. 완전히 밀착할 경우 내부 응력에 의하여 두 부품 사이에 높은 압력이 가해지게 되고, 이로 인한 높은 마찰력 때문에 두 부품은 서로 구름 운동을 하며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모순으로 인하여 실제로 사이클로이드 감속기를 제작할 경우 외기어와 내기어 사이에 미세한 간격을 만들어 두 부품이 구름 운동을 하며 움직일 수 있도록 제작합니다. 이때 두 부품 사이의 미세한 간격은 작으면 작을수록 좋으며, 해당 간격을 최소화시키기 위하여 매우 높은 정밀도로 금속을 가공합니다. 그러나 일반 가공기로는 이 정밀도를 만족시키지 못하여 특수한 가공기를 써야 합니다. 높은 비용을 들여 필요한 기기들을 모두 마련한다 해도 하루 생산 가능 수량은 약 3~4개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방식입니다. 이는 사이클로이드 방식과 하모닉 방식 모두에서 일어나는 이슈로, 사이클로이드의 치형 및 하모닉드라이브의 치형은 해당 치형 형상을 갖춘 숫돌을 이용하여 호빙 연삭하지 않으면 정밀한 치형을 가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6. 마치며..

 

그다지 즐겨 인용하지 않는 단어입니다만, 구태여 4차 산업혁명이나 소.부.장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산업용 로봇의 쓰임새가 점차 늘어나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일 겁니다. 그러나 그 핵심 부품이라 할 수 있는 감속기의 국산화는 요원한 과제입니다. 실제 하모닉 드라이브와 사이클로이드 드라이브 대부분은 현재 일본에서 제조 공급하고 있으며, 중국이 그 뒤를 일부 따라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올해 여름쯤부터 화두가 되었던 일본의 수출 규제 관련 이슈가 본격화된 이후, 100대 전략 물품(현재는 비공개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에 로봇용 감속기가 포함되기도 하였으며, 대통령께서 하모닉 드라이브를 국산화 성공했다고 홍보한 국내 중소 업체에 방문하신 바도 있습니다. 

 

감속기를 국산화하였다고, 또는 하겠다고 발표한 업체들이 상당수가 있으며 만약 해당 감속기들이 일본의 메이저 제품 대비하여 가격 또는 성능에서 차별화가 가능하다면 그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리라 판단됩니다. 감속기 자체의 판매 가능성은 물론이거니와, 그 감속기를 적용한 산업용 로봇의 판매를 통해 빠른 시장 개척이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