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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약 개론: 전기신호를 이용한 치료 장치

이진석 2020. 2. 5. 10:26

1. 정의 및 개요

 

오늘의 주제는 전자약입니다. 전자약의 원 단어는 Electroceuticals로 전자를 뜻하는 electronic과 약품을 뜻하는 pharmaceutical의 합성어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자약은 뇌와 신경세포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로 질병을 치료하는 전자장치를 일컬습니다. 기존의 치료 방법이나 약물이나 주사라면, 그 대신 전기자극을 통해 질병을 치료하는 장치인 겁니다. 즉, 생체적 신호를 모방한 전기적 신호를 직접적으로 전달하여 질환과 관련된 신경과 조직, 장기에 원활한 재생과 작동을 지시할 수 있는 치료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존 약들은 화학약품으로, 혈관을 타고 돌면서 원하지 않는 부위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전자약은 치료가 필요한 특정 신경만 골라서 자극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즉, 


- 흡수 과정이 없어 화학적 부작용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음.
- 한번의 이식만으로 매일 약을 먹는 불편을 없앨 수 있음.
-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아 병이 악화되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음.
- 신경계를 자극해 면역 기능을 조절하는 등 다양한 질병 치료에 활용 가능함. 


등의 다양한 장점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이와 같은 자극을 주는 방법들은 하기와 같이 세부 분류할 수 있습니다. 

 
- 강한 전기충격을 전달하는 ECT(electroconvulsive therapy)
- 뇌에 전극을 심는 DBS(deep brain stimulation)
- 쇄골을 지나 뇌로 자극하는 전극을 심어 뇌 활성을 조절하는 VNS(vagus nerve stimulation)
- 비침습적으로 미세한 전기를 흘려 뇌 활동을 주는 TES(transcranial electric stimulation) 
- 강한 자기장을 펄스 형태로 전달하여 주는 TMS(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주로 ‘침습적(체내에 넣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방식’으로 ‘단순한 형태의 자극’을 ‘중추신경계’에 가하던 1세대 전자약에서 최근 ‘비침습적 방식’으로 ‘복잡한 형태의 자극’을 ‘말초신경계’에 가하는 2세대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차후 ‘웨어러블’ 형태로 ‘조절 가능한 자극’을 ‘다양한 생체 조직’에 가하는 3세대로 발전할 전망입니다. 

 

또한 최근 디지털 테라퓨틱스(Digital Therapeutics) 또는 디지털치료제라는 개념이 등장하였는데, 이는 전기자극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치료제'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2. 주요 사례

조사 결과 생각보다는 다양한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주요 유의한 사례들은 2012년부터 발생하기 시작하였는데, 하기 사례에서 확인 가능하듯이 특정 부위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신체 및 멘탈 치료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임상 레벨 내지는 희귀 케이스에서 발생한 사례이며, 아직까지 대중화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최근 일부 사례에서는 상용화가 시작될 조짐이 있습니다. 

 

1) 식물인간 환자 의식 회복

 

2017년, 프랑스 국립인지과학연구소의 안젤라 시리구 박사 연구진이 전자약을 활용하여 식물인간 상태로 있던 환자의 의식을 깨우는데 성공한 사례가 있습니다. 교통사고로 15년간 의식이 없던 환자의 신경에 3개월 동안 전자약으로 신경계 주요 통로인 미주신경에 전기자극을 주어, 잘못된 신경신호를 교정하였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뇌에서 운동, 감각, 의식 등을 담당하는 영역의 활동이 증가하면서 의식을 회복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출처: 조선일보 '17/09/26, 3개월 전기자극으로… 15년만에 깨어난 식물인간>


 
2) 비만 치료

 

2015년, 미국 엔테로메딕스(EnteroMedics)社는 병적인 비만을 치료하는 전자약을 개발해 FDA 허가를 획득한 바 있습니다. 위장을 관장하는 신경다발에 전자약을 이식하면 식욕을 차단시켜 허기를 느끼지 못하게 함으로써 포만감을 유도하였다고 합니다. 162명을 대상으로 1년 동안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평균 24.4%의 체중 감량 효과를 기록하였습니다.

 


3) 수면 무호흡증 치료


2014년, 미국 인스파이어 메디컬 시스템스(Inspire Medical Systems)社는 수면 중 무호흡증을 치료하는 전자약을 개발하여 FDA 승인을 받았습니다. 기도(氣道)의 신경을 자극하여, 기도가 막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무호흡증을 치료하는 방식이었습니다. 

 


4)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 치료

 

2012년, 미국 케빈 트레이시 박사는 전자약을 이용하여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를 치료하였습니다. 류머티즘 관절염은 자가면역반응으로 발생하는 질병으로 면역세포가 관절을 공격해 염증을 일으키면서 발생하게 됩니다. 환자 몸속에 전자약을 삽입해 비장(脾臟)을 관장하는 신경계에 전기신호를 자극하였으며, 이를 통해 자가면역반응을 조절함으로써 환자는 8주만에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게 되었고 류머티즘 관절염이 호전되었다고 합니다. 

<출처: 중앙일보 '15/10/27, 전자약 시대, 먹는 대신 이식한다>


 
5) 난치성 우울증 치료


2013년 한국 연세대 장진우 교수팀도 초음파를 이용하여 신경 회로를 차단함으로써 난치성 우울증을 치료한 바 있습니다. 우울증과 관련된 신경회로 대뇌 내포(內包) 앞쪽에 초음파를 쏴 신경 회로 작동을 멈추게 하는 방식으로 치료하였다고 합니다. 

 


6) 과민성 방광 증후군 치료


2016년 영국 런던대 병원은 이스라엘 블루윈드 메디컬이 개발한 전자약을 과민성 방광 증후군 환자에게임상 시험함으로써 치료 효과 검증하였습니다. 발목 안쪽 경골신경에 전기자극 장치를 이식함으로써 방광을 수축시키는 신호를 막아 방광의 과민반응을 통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출처: 조선일보 '16/10/31, IT와 제약산업이 만든 '전자藥'… 올 20조원 시장 급성장>


7) 전자약 밴드 개발

 

위의 사례들보다는 범용적이기 때문인지 연구 사례가 많았던 케이스는 상처에 붙이는 '밴드' 형태의 장치였습니다.

 

(1) 2018년 미국 위스콘신대의 슈동 왕 교수진은 사람의 상처가 아무는 데 걸리는 시간을 4분의 1로 줄인 기술을 발표하였습니다. 단지 수술 부위에 약한 전류를 흘리는 전자약 밴드만 새로 붙이는 방식으로, 전류는 세포 성장을 촉진하고 조직에 해로운 활성 산소를 억제하였다고 합니다. 

 

왕 교수는 2018년 말 미국화학회(ACS)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ACS 나노'에 상처 치료용 전자약을 이용한 동물실험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프라이팬 코팅제로 쓰이는 테플론과 구리로 덮인 플라스틱이 이중 층을 이룬 밴드 형태였습니다. 환자가 움직이면 밴드의 두 층이 서로 마찰하면서 전기가 발생하는데, 쥐 실험에서 밴드에서 발생한 마찰전기는 수술 절개 부위가 아무는 시간을 12일에서 3일로 줄였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앞으로 인체와 유사한 돼지 피부를 대상으로 전자약 밴드의 효능을 확인할 계획이며, 이르면 2~3년 안에 상용화될 것으로 발표하였습니다.

 

(2) 2017년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찬단 센 교수팀은 상처 부위의 세균 감염을 막는 전자약 밴드를 개발한 바 있습니다. 상처가 나면 세균들이 대거 증식하면서 바이오필름이라는 세균막을 형성합니다. 세균막은 항생제나 인체 면역세포가 작동하지 못하게 하는데, 연구진은 밴드 표면에 은과 아연을 인쇄해 땀이나 피가 있으면 미세한 전류가 흐르도록 하였습니다. 


이러면 세균들이 주고받는 전기신호에 혼란이 와 바이오필름이 생성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화상을 입은 돼지 피부에 세균을 감염시킨 후 밴드를 붙이자 바이오필름이 생기지 않았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감염 7일 후에 밴드를 붙여도 돼지의 백혈구가 세균을 공격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구진은 미 국방부의 지원을 받아 화상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진행하였다고 하며, 그 결과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못하였습니다.



(3) 2018년 미국 터프츠대의 사미어 손쿠세일 교수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스몰'에 병원에 자주 가지 못하는 만성 감염 환자를 위한 진단, 치료 겸용 전자약 밴드를 발표하였습니다. 두께가 3㎜에 불과한 밴드는 센서와 칩, 그리고 약통으로 구성되었는데, 세균에 감염되면 상처가 알칼리 상태로 변하며 온도도 올라간다고 합니다. 센서는 상처 부위의 산성도와 체온을 측정해 마이크로프로세서 칩으로 보내서 칩은 세균 감염이라고 판단되면 약을 담고 있는 젤리를 가열해 약물을 방출시키는 구조입니다. 밴드가 상처 부위를 보호하는 수동적 기능에서 벗어나 진단과 치료까지 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출처: 조선일보 '19/02/08, [How News] 상처엔 연고, 반창고? '전자약 밴드' 붙이면 끝>

 

 

 

3. 승인 및 창업 관련

FDA 승인 및 창업 사례에 관해서도 정리해 보았습니다. 

 

- 2015년, 미국 엔테로메딕스(EnteroMedics)社는 병적인 비만을 치료하는 전자약을 개발해 FDA 허가를 획득한 바 있습니다. FDA는 까다로운 조건을 들이대며 초고도 비만환자로 판매를 한정하였는데 어느 정도 판매되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하였습니다. 


- 2014년, 미국 인스파이어 메디컬 시스템스(Inspire Medical Systems)社는 수면 중 무호흡증을 치료하는 전자약을 개발하여 FDA 승인을 받았습니다. 


- 2016년 구글은 글로벌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협력하여 전자약 전문기업인 갈바니 바이오일렉트로닉스를 설립하였습니다. 구글과 GSK는 향후 5년간, 갈바니에 7억 달러를 투자하여 2023년 류머티스관절염 전자약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회사명은 전기자극으로 개구리 다리를 움직인 실험으로 유명한 18세기 이탈리아 의사이자 과학자, 루이지 갈바니(1737~1798년)의 이름에서 발췌합니다. 현재 상황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하였습니다. 


- 2017년 일론 머스크는 인간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Neuralink를 설립하고 2700만 달러의 펀드를 조성한 바 있습니다.


- 2016년 브라이언 존슨은 뇌 속에 소형 인공칩을 넣어 알츠하이머 등을 치료하는 Kernel에 1억 달러를 투자한 바 있습니다. 

 

- 국내에서는 안구 건조증 치료기기를 개발하는 '뉴아인', 뇌 질환 또는 만성 통증 치료기기를 개발하는 '리메드' 등이 있습니다. 

 

 

 

4. 리스크 및 일부 대안

사실 전자약은 아직까지 대중화가 되지 않았기에, 과연 부작용이 전혀 없고 안전하고 효능이 좋기만한 제품일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까지 조사된 잠재 리스크 및 이 리스크들을 해결하고자 연구되는 대안들에 대해서도 조사해 보았습니다. 

 

- 신경계에 장비를 이식하는 과정에서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 전자기기가 오작동할 경우 신경계 이상을 초래할 위험도 있다고 합니다.
- 비만치료 전자약을 만든 엔테로메딕스는 “감염, 설사, 우울증을 비롯해 장기 손상이 발생할 수 있고 급격한 신체 움직임으로 인해 전자약을 재설치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 체내에 지속적으로 유지 시에 2차 손상 위험 가능성 있습니다. 

 

이와 같은 우려 때문에 몸에 녹는 수술용 실처럼 스스로 분해되는 무선 전자약 기술도 등장하였습니다. 2018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바이오및뇌공학과 강승균 교수와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구자현 박사 공동 연구팀이 말초신경을 전기치료하고서 몸에서 스스로 분해돼 사라지는 전자약을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전자약을 통해 손상된 신경을 전기자극하면 신경 세포가 활성화하고 재생이 빨라져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머리카락처럼 얇은 신경에 전선을 감쌌다가 다시 제거하는 과정 자체가 매우 어렵고, 자칫하면 제거 과정에서 다시 신경 손상을 야기할 수 있으며, 아울러 장기적인 전기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매번 수술을 반복해야 하는 한계도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초박막형 실리콘과 유연한 생분해성 고분자로 전자약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였으며, 전자소자를 비롯한 모든 구성 요소가 생분해성 물질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다리신경 모델에 적용된 생분해성 무선 전자약 삽입 모형도(출처: 카이스트)>

따라서 일주일 정도의 자극을 마치면 수개월 내 몸안에서 분해되어 재흡수되거나 배출되는데, 두께는 300마이크로미터 수준이며, 작동은 무선으로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말초신경 치료 이외 외상성 뇌 손상이나 척추손상 등 중추신경 재활에 기술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또한 부정맥 치료 등 단기 심장 박동기에도 적용이 가능하리라 보입니다. 

<생분해성 전자약 신경치료 시나리오 모식도(출처: 카이스트)>

 

 

5. 전망

전자약은 치료가 쉽지 않은 류머티스 관절염, 장염, 천식 같은 만성질환뿐 아니라 암과 파킨슨병, 치매 등 난치병 및 불치병 치료에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자약 성공사례가 가시화되면서 글로벌 IT 기업을 중심으로 기존 의약품을 대신할 수 있는 진화된 형태의 새로운 전자약 개발에 관심이 커지고 있어, 관련 시장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 임상이 끝나가는 연구들도 다수 있으며 상용화가 시작된 제품들도 있어 조만간 대중화가 시작되지 않을까 합니다.